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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완 감독의 휴민트, 왜 베를린이 겹쳐 보일까

by 무비가든 2026. 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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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완 감독의 신작 〈휴민트〉 예고편이 공개되자, 많은 관객이 2013년 개봉작 〈베를린〉을 자연스럽게 떠올렸다. 이는 단순히 같은 감독의 작품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두 영화는 예고편 단계에서부터 류승완 감독 특유의 첩보 연출 문법을 공유하며, 관객의 기억 속에 남아 있던 ‘베를린의 감각’을 다시 호출한다. 이 글은 왜 〈휴민트〉 예고편이 〈베를린〉과 유사한 인상을 주는지를 감독의 연출 방식과 예고편 설계 관점에서 분석한다.

휴민트

류승완 감독은 첩보를 ‘행동’보다 ‘상태’로 보여준다

류승완 감독의 첩보 영화에서 가장 일관되게 반복되는 특징은, 첩보를 사건이 아니라 상태로 그린다는 점이다. 〈베를린〉에서 관객은 언제 폭발이 일어날지보다, 언제 정체가 드러날지 모르는 불안 속에 머물렀다. 〈휴민트〉 예고편 역시 같은 감각을 먼저 제시한다.

예고편은 액션의 결과를 보여주지 않는다. 대신 인물들이 감시받고 있다는 느낌 attach, 누군가에게 노출되어 있다는 상태를 반복적으로 강조한다. 총성이 등장하더라도 그것이 문제 해결의 신호로 작동하지 않는다.

〈베를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총격과 추격은 있었지만, 핵심은 인물의 불안한 위치였다. 누가 적인지 명확하지 않고, 상황은 늘 한발 늦게 이해된다. 관객은 설명을 따라가는 존재가 아니라, 불안 속에 함께 놓인 존재가 된다.

이처럼 상태 중심으로 긴장을 설계하는 방식은 류승완 감독의 첩보 연출에서 반복되어 온 문법이다. 〈휴민트〉 예고편이 〈베를린〉을 떠올리게 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다.

예고편 편집 리듬은 베를린의 긴장을 그대로 복제한다

〈휴민트〉 예고편의 편집은 빠르지만 친절하지 않다. 장면은 연속적으로 이어지지만, 인과관계는 의도적으로 생략된다. 관객은 이야기를 이해하기보다 분위기를 먼저 체감하게 된다.

류승완 감독은 예고편에서도 관객에게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지 않는다. 인물의 관계, 사건의 전모, 갈등의 원인은 숨긴 채 감각만 전달한다. 이는 〈베를린〉 예고편에서 이미 확립된 방식이다.

특히 장면과 장면 사이의 여백이 중요하게 작동한다. 대사가 끝난 뒤 침묵이 이어지고, 설명 없이 장소가 전환된다. 이 여백은 관객의 해석을 유보시키며 긴장을 유지한다.

이 편집 리듬은 관객에게 강한 기시감을 남긴다. 같은 감독의 작품임을 인지하지 못해도, 관객의 몸은 이미 이 리듬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인성과 박정민의 배치는 베를린의 인물 공식을 따른다

〈휴민트〉 예고편에서 조인성과 박정민이 차지하는 위치는 〈베를린〉의 인물 배치와 매우 닮아 있다. 조인성은 상황을 통제하는 영웅이 아니라, 언제든 노출되고 소모될 수 있는 인물로 제시된다.

이러한 주인공 설계는 〈베를린〉에서 하정우가 맡았던 캐릭터와 같은 궤적에 있다. 강하지만 안전하지 않고, 능력보다 취약성이 먼저 강조된다. 류승완 감독은 주인공을 보호하지 않는다.

박정민 캐릭터 역시 명확히 규정되지 않는다. 그는 조력자인지, 위협자인지 끝까지 단정할 수 없는 위치에 놓인다. 이 불확실성은 〈베를린〉에서 류승범 캐릭터가 만들어냈던 불안과 동일한 기능을 수행한다.

인물 배치만으로도 두 작품은 같은 감독의 영화임을 드러낸다. 예고편 단계에서 베를린이 떠오르는 이유다.

색감과 음향은 류승완식 첩보 세계관을 완성한다

〈휴민트〉 예고편의 색감은 전반적으로 차갑고 절제되어 있다. 화려한 색채나 과장된 조명 대신, 현실적인 회색과 어두운 톤이 주를 이룬다. 이는 〈베를린〉에서 구축된 시각적 세계관의 연장선이다.

음향 역시 감정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지 않는다. 웅장한 음악 대신, 낮게 깔린 사운드가 긴장을 유지한다. 총성이 등장해도 음악은 쾌감을 유도하지 않는다.

이러한 시청각 설계는 액션의 재미보다 상황의 위태로움을 먼저 전달하려는 의도다. 류승완 감독은 첩보 장르에서 일관되게 이 선택을 반복해 왔다.

색감과 음향은 예고편에서 가장 즉각적으로 인상을 남기는 요소다. 이 요소들이 〈베를린〉과 유사하게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관객은 본편을 보지 않아도 이미 베를린의 기억을 떠올리게 된다.

베를린

 

류승완 감독의 〈휴민트〉 예고편을 보고 2013년작 〈베를린〉이 떠오르는 이유는 명확하다. 같은 감독이 구축해 온 첩보 연출 문법이 예고편 단계부터 그대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상태 중심의 긴장, 설명을 유보하는 편집, 영웅을 거부하는 인물 배치, 차갑게 절제된 시청각 설계까지, 〈휴민트〉는 〈베를린〉의 감각을 반복이 아닌 계승의 방식으로 호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