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리언 시리즈는 개봉 순서와 이야기의 시간 흐름이 다르기 때문에 처음 접하는 관객일수록 혼란을 겪기 쉽다. 특히 로물루스가 1편과 2편 사이의 연대를 다루면서 세계관 이해의 중요성이 더 커졌다. 이 글에서는 에이리언 시리즈를 시간순 연대기로 정리하고, 각 작품이 남긴 복선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중심으로 관람 가이드를 정리한다.

에이리언 시리즈 공식 시간순 연대기 (최신판 기준)
1) 프로메테우스 (Prometheus) – 2093년
지구 탐사팀이 LV-223으로 출발
엔지니어 기원, 블랙 구(Black Goo) 등장
데이비드의 독자적 의도 싹트기 시작
→ 에이리언 생명학의 시초, “창조 테마” 개막
2) 에이리언: 커버넌트 (Covenant) – 2104년
데이비드가 본격적으로 ‘창조자’ 역할을 자처
네오모프 → 프로토모프 → 초기 체스트버스터 진화
엔지니어 사멸
에이리언 원형이 완성되는 단계
→에이리언 종족의 설계도가 사실상 데이비드에게서 확립되는 시기
3) 에이리언 (Alien, 1편) – 2122년
노스트로모호 사건
리플리 첫 등장
‘고전 체스트버스터 + 자이노모프 형태’ 완성품 첫 등장
→프리퀄 2편 → 본편 1편 사이 간극 = 약 18년
4) 에이리언: 로물루스 (Romulus) – 2142년
(2024년 영화 / 감독 인터뷰 및 설정집 기준)
1편과 2편 사이의 “공백기”를 채우는 이야기
1편 스타일의 폐쇄적 공포 복원
연구시설 기반의 ‘새 생체 실험’ 존재
로물루스 사건이 2편의 외계생명 연구 강화에 영향을 주는 암시 있음
→본편 세계관에서 20년 시차, 기존과 새 자료를 연결하는 ‘중간 다리’ 역할
5) 에이리언 2 (Aliens) – 2179년
리플리 구출
LV-426 콜로니 파멸
에이리언 퀸(Queen) 첫 등장
→로물루스 이후 약 37년
6) 에이리언 3 (Alien³) – 2179년 동일 시기
2편 사건 직후
퀸의 배아 → 감옥 행성에서 진화
리플리 희생
→시간상 2편과 이어지는 직렬 구조
7) 에이리리언 4: 리저렉션 (Resurrection) – 2381년
리플리를 200년 뒤 클론으로 부활
퀸의 DNA 결합 실험
인간·외계 생명체 혼종 연구 최악의 부작용 등장
→3편 이후 202년이 흐른 뒤의 이야기
에이리언 세계관의 시작은 인간보다 훨씬 앞선 시점에서 출발한다. 이 시리즈는 단순히 외계 생물의 습격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무엇을 창조했고 그 창조물이 어떻게 파멸로 이어지는지를 따라가는 연대기다.
연대기의 출발점은 프로메테우스다. 이 작품은 2093년을 배경으로 하며, 인간을 창조한 존재로 암시되는 엔지니어와 인류의 기원을 탐구한다. 여기서 등장하는 검은 액체는 이후 시리즈 전반에 걸쳐 반복되는 핵심 요소로, 생명 창조이자 파괴의 씨앗이 된다.
다음은 에이리언: 커버넌트다. 2104년을 배경으로 하며, 프로메테우스 이후 살아남은 인조인간 데이비드의 선택이 본격적으로 비극을 만들어낸다. 이 작품에서 제노모프의 원형이 완성되며, 에이리언이라는 존재가 자연 발생이 아닌 인위적 결과물일 가능성이 강하게 제시된다.
이후 시간은 에이리언(1979)으로 이동한다. 배경 연도는 2122년. 노스트로모호 사건을 통해 제노모프의 공포가 처음으로 드러난다. 이 작품은 이후 모든 에이리언 영화의 기준점이 되며, 공포 연출과 생존 서사의 원형을 만든다.
에이리언: 로물루스는 2122년과 2179년 사이의 시점을 다룬 작품으로, 1편과 2편 사이의 공백을 메운다. 이 시점은 웨이랜드 유타니가 에이리언을 생물학적 자산으로 인식하고 본격적으로 집착하기 시작한 시기다.
에이리언 2는 2179년을 배경으로 하며, 리플리가 다시 제노모프와 마주한다. 이 작품에서는 에이리언이 단독 개체가 아닌 군체 생물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여왕의 존재가 등장하며 세계관이 크게 확장된다.
같은 해를 배경으로 하는 에이리언 3에서는 리플리의 희생을 통해 시리즈 1차 서사가 마무리된다. 인간이 통제하려 했던 생물학적 공포가 결국 인간을 파멸로 이끈다는 메시지가 명확해진다.
마지막은 에이리언 4로, 배경은 2381년이다. 복제된 리플리를 통해 인간과 에이리언의 경계가 무너지며, 이 세계관이 어디까지 왜곡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로물루스가 차지하는 위치와 역할
로물루스는 단순한 외전이 아니다. 이 작품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에이리언 세계관의 단절된 감정선을 연결하는 데 있다. 1편의 생존 공포와 2편의 전쟁 서사 사이에는 분명한 온도 차이가 존재했는데, 로물루스는 그 중간 지점을 채운다.
이 시기의 인간은 아직 에이리언의 진짜 위협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지만, 동시에 그 가치를 포기하지도 않는다. 로물루스는 웨이랜드 유타니의 실험 집착이 어떤 선택으로 이어지는지를 보여주며, 이후 식민지 참사로 이어질 논리를 미리 깔아둔다.
또한 로물루스는 에이리언이 단순한 괴물이 아니라 산업과 자본의 논리 속에서 길러진 존재라는 점을 강조한다. 이 설정 덕분에 에이리언 2에서 기업의 태도가 갑작스럽게 보이지 않게 된다.
시리즈 전반에 반복되는 복선과 연결 구조
에이리언 시리즈의 가장 큰 복선은 언제나 인간의 오만이다. 프로메테우스에서 인간은 창조자를 만나려 하고, 커버넌트에서는 창조물이 창조자를 넘어서려 한다. 이 흐름은 노스트로모호 사건과 식민지 붕괴, 그리고 리플리의 희생으로 이어진다.
검은 액체, 인조인간의 자유의지, 기업의 집착은 각각 다른 작품에 등장하지만 하나의 방향을 가리킨다. 생명을 통제하려는 시도는 반드시 통제 불가능한 결과를 낳는다는 점이다.
로물루스는 이 복선 구조에서 빠져 있던 연결 고리다. 인간이 실패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다는 사실을 가장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이후 벌어질 모든 참사의 예고편 역할을 한다.
시간순으로 보면 달라지는 관람 포인트
시간순으로 에이리언 시리즈를 감상하면 공포의 성격이 변해가는 과정이 보인다. 초기에는 미지의 존재에 대한 두려움이었다면, 중반 이후에는 인간이 만들어낸 재앙에 대한 공포로 바뀐다.
또한 리플리는 단순한 생존자가 아니라, 이 세계관에서 인간성을 지키려 했던 마지막 인물로 재해석된다. 그녀의 선택은 우연이 아니라, 앞선 모든 실패의 결과다.
이 순서로 감상하면 에이리언은 괴물 영화가 아니라, 잘못된 진보가 반복되는 연대기라는 점이 분명해진다.
에이리언 시리즈를 시간순으로 감상하는 것은 단순한 정주행이 아니라, 하나의 세계관을 이해하는 과정이다. 로물루스를 포함한 연대기 흐름을 알고 보면 각 작품의 의미와 복선이 훨씬 선명하게 연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