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개봉 일주일 만에 3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화제를 모은 영화 파묘는 장재현 감독의 세 번째 작품으로, 무속 신앙과 풍수지리를 소재로 한 한국형 오컬트 영화입니다. 검은 사제들과 사바하에 이어 이번 작품에서는 일제강점기의 잔재와 한국 전통 신앙이 결합된 독특한 서사를 선보입니다. 단순한 공포 영화를 넘어 역사적 의미를 담은 이 작품의 핵심 요소들을 심층 분석해보겠습니다.

오니의 정체와 일본 요괴의 상징성
파묘 후반부에 등장하는 오니는 단순한 괴물이 아니라 역사적 맥락을 담은 존재입니다. 1600년 세키가하라 전투와 임진왜란에 참전했던 다이묘 장군이 죽은 후 그의 영혼이 칼에 깃들어 정령이 되었고, 약 300년 후 음양사 무라야마 준지가 이 칼을 조선으로 가져와 한반도의 정기를 끊기 위한 쇠말뚝으로 만든 것입니다.
영화에서 오니는 거구의 시체에 불타는 칼을 박아 만든 말뚝 자체로, 강원도 태백산맥 한반도의 허리 부분에 수직으로 묻혀 있었습니다. 이는 범의 형상을 한 한반도의 정기를 끊으려는 일제의 민족말살 정책을 상징합니다. 오니가 탈출 후 돼지 수십 마리의 간을 빼먹는 장면은 여우처럼 교활했던 음양사 무라야마 준지의 영향으로 해석됩니다. 또한 화림에게 은어와 참외를 요구하는 장면에서 은어는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참외는 오다 노부나가가 즐겨 먹던 음식으로 일본 제국주의의 상징성을 드러냅니다.
주목할 점은 오니가 보국사 승탑을 보고 즉시 합장하며 기도하는 모습입니다. 이는 생전 불교 신자였던 다이묘가 부처님께 예를 표한 것으로, 악령이면서도 종교적 신념을 유지하는 복합적 존재임을 보여줍니다. 닭의 울음소리와 함께 도깨비불로 변해 묫자리로 돌아가는 설정은 귀문이 열리는 축시에만 활동할 수 있다는 동아시아 귀신 설화의 전통을 따릅니다.
음양오행 상극관계를 통한 파훼법
파묘의 백미는 한국 전통 사상인 음양오행으로 일본 요괴를 물리치는 설정입니다. 오니는 불타는 칼, 즉 화(불)와 금(쇠)의 성질을 동시에 지닌 존재입니다. 음양오행에서 화극금, 즉 불이 쇠를 녹이는 상극 관계이기 때문에 오니는 본질적으로 모순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음기가 강한 밤 축시에 깨어난 오니는 동이 트면서 양기가 강해지자 쇠의 기운을 가진 신체가 불에 녹아 형체 없는 불의 기운만 남습니다.
김상덕이 발견한 파훼법은 이러한 상극 관계를 역이용한 것입니다. 먼저 화림이 백말 피를 뿌렸는데, 음기와 금의 기운을 지닌 오니가 양기와 화의 기운을 지닌 말의 피를 뒤집어쓰면서 약해졌습니다. 이어 상덕은 자신의 피로 젖은 곡괭이 자루, 즉 수(물)를 먹어 강해진 목(나무)으로 오니를 공격했습니다. 음양오행에서 금극목, 쇠가 나무를 자르는 상극이지만, 물을 머금은 나무는 더 강해지며, 나무가 불과 만나면 수생화의 상생 관계로 불의 기운이 강해져 오니의 쇠 신체는 더욱 약해집니다.
최종적으로 상덕이 더 많은 피를 묻히면서 수극화, 물이 불을 끄는 삼극 관계가 완성되어 오니의 신체를 완전히 파괴할 수 있었습니다. 이는 단순한 물리적 전투가 아니라 동양 철학의 우주론적 원리로 외세를 물리치는 상징적 승리를 그린 것입니다. 서양의 오컬트 영화들이 십자가나 성수를 사용하는 것과 달리, 파묘는 한국 고유의 사상 체계로 악을 물리친다는 점에서 문화적 독창성을 확보했습니다.
항일 영웅담으로서의 숨은 서사
파묘의 진정한 의미는 표면적 공포를 넘어 영적 차원의 항일 서사에 있습니다. 영화 속 네 주인공 김상덕, 고영근, 이화림, 윤봉길의 이름은 모두 실존했던 독립운동가에서 따온 것입니다. 보국사를 창립한 원봉 스님 역시 의열단장 김원봉의 이름을 차용했습니다. 이들이 일제가 박아놓은 쇠말뚝을 제거하는 과정은 역사적으로 독립운동가들이 전국의 쇠말뚝을 찾아 제거했던 실제 활동을 반영합니다.
친일파 박근현이 중추원 부의장 출신으로 설정되고, 그의 묘가 쇠말뚝을 지키는 역할을 했다는 설정은 친일 세력과 일제 잔재가 어떻게 결탁했는지를 보여줍니다. 박근현의 혼령이 후손들을 죽이며 나치식 경례를 하는 장면은 해방 후에도 청산되지 못한 친일 잔재가 여전히 한국 사회를 괴롭힌다는 메타포입니다. "여우가 범의 허리를 끊었다"는 대사에서 범은 한반도를, 여우는 일본 또는 친일파를 상징하며, 분단의 역사적 상처를 암시합니다.
영화는 무속신앙, 풍수지리, 오행사상 같은 전통 요소를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티 나지 않게 항일이라는 주제를 녹여냈습니다. 악지에 묻힌 관을 파내고 화장하는 과정은 단순히 귀신을 퇴치하는 것이 아니라, 땅에 새겨진 식민의 기억을 지우고 민족의 정기를 회복하는 상징적 행위입니다. 한국 오컬트 장르가 서구의 모방이 아닌 우리만의 역사적, 문화적 정체성을 담은 고유한 장르로 자리매김할 수 있음을 파묘는 증명했습니다.
파묘는 호불호가 갈리는 작품이지만, 한국형 웰메이드 오컬트 영화로서 의미가 큽니다. 한국 혼령과 일본 요괴의 대결 구도, 오니를 위한 치밀한 빌드업, 그리고 음양오행이라는 철학적 해법은 신선하고 흥미진진합니다. 무엇보다 독립운동가의 이름을 딴 캐릭터들이 영적으로 일제 잔재를 청산하는 서사는 단순한 공포 영화를 넘어 역사를 기억하고 성찰하게 만드는 문화적 가치를 지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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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영상 제목/채널명: https://www.youtube.com/watch?v=JRwpAo_B7LY